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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청소년, 담배회사 마케팅의 피해자

과거글/TV에세이

by 곰도리 2010. 1. 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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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MBC 스페셜’ vs KBS ‘습관’ 2부작

새해 첫 날 방송된 〈MBC 스페셜〉과 지난 2일과 3일 KBS에서 방송된 ‘습관 2부작’은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MBC 스페셜〉이 흡연을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한 반면 KBS ‘습관 2부작’은 인간의 다양한 습관을 개인의 행태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을 습관이라는 주제로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MBC 스페셜〉은 흡연, 그 중에서 청소년 흡연과 담배회사의 관계에 주목했고, KBS ‘습관 2부작’은 인간의 습관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극복 방안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이렇듯 두 프로그램은 인간의 습관과 관련해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MBC 스페셜’의 질문, 흡연 - 개인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을까

   
▲ 1월1일 방송된‘MBC 스페셜’ⓒMBC
1일 방송된 〈MBC 스페셜〉 ‘담배, 편의점에서 길을 묻다’는 담배회사의 비윤리적 판촉행위가 계속되는 한 흡연, 특히 청소년 흡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흡연인구가 점점 감소하자 담배회사들이 ‘18세 이하 청소년’을 새로운 고객으로 설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흡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대부분 개인의 습관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 각국 정부들도 다양한 금연정책이나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흡연율 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흡연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연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도처에 널려 있는 담배의 유혹에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흡연자’로 비난만 받을 뿐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피해자’라는 시각은 부족하다. ‘청소년 흡연자=불량 청소년’이라는 공식이 사회적으로 성립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스페셜>은 흡연과 금연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 같은 시선을 걷어냈다. 청소년 흡연을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말이다. 부모의 동의하에 흡연 청소년을 직접 등장시킨 것도 ‘참신’했고, 담배회사와 편의점의 관계 그리고 편의점에서 담배 판매로 인한 수익이 50% 이상 차지한다는 점을 공개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담배는 왜 편의점 계산대 뒤에 진열되어 있는지, 제품의 배치는 어떤 기준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등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것 역시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 지난 1월1일 방송된 'MBC 스페셜' ⓒMBC
‘한국적 상황’ 분석가 대안 마련에 주목했다면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MBC 스페셜〉은 이 부분에 대한 ‘한국적 상황’에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KT&G가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문화 스포츠 복지 등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 등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배금자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담배를 사업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개인의 금연’이 갖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담배 판매로 인한 세금 수입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결국 문제는 정부 차원의 규제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 - 이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KBS ‘습관 2부작’ : 개인 습관에 대한 다양한 분석

KBS ‘습관 2부작’은 구조보다는 개인의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 습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험에 참여한 다양한 개인의 모습을 통해 직접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MBC 스페셜〉이 청소년 흡연과 관련한 습관을 거시적·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습관 2부작’은 인간의 습관을 상당히 미시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보여주고 셈이다. 마치 직장 초년생들을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담은 자기계발서라고나 할까. 그래서 ‘습관 2부작’이 담고 있는 내용은 대단히 세세하고 구체적이다.

   
▲ 1월2일과 3일 방송된 KBS ‘습관’ 2부작
가령 ‘습관 2부작’은 바닥을 기는 꼴찌들이 이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공부 습관을 형성해야 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목고 상위 1%에 드는 학생들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 지, 기존 습관을 바꾸기 위해 가족들이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조언한다. 지각 극복하는 방법을 비롯해 금연을 위해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이어트를 위한 구체적 지침도 ‘습관 2부작’에 담겨 있다.

사회 구조적인 개선 없이 개인 습관 변화가 가능할까 

사실 사교육과 학원 등 자녀 교육과 관련해 돈을 통한 ‘물량투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지금, 습관의 변화로도 일정한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습관 2부작’의 시각이 돋보이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놔두고 습관의 변화만으로 과연 가능할까. ‘습관 2부작’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교육만 봐도 그렇다.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게끔 하는 학습방식이 과연 가능할까. 한국의 교육제도 자체가 이런 방식의 학습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데, 일본 아키타 현의 ‘가정학습 노트’ 방식이 과연 우리의 일선 학교 현장에서 시도나 될 수 있을까. 특히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데, 습관의 변화만으로 개인의 학습성취도를 끌어올리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습관 2부작’은 이 부분은 주목하지 않았다.

습관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과 개인 행태적 접근 중에서 어떤 방식이 옳은가 - 이건 사실 우문이다. 두 프로그램이 선택한 구조적인 측면과 미시적인 시각은 접근방식의 차이일 뿐, 그것이 옳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습관의 개인성과 구조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MBC 〈스페셜〉과 KBS ‘습관 2부작’은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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